충남 아산의 복합문화공간 모나밸리에서 개최된 ‘2025 모나밸리 국제아트페어(MONAF2025)’가 지난 24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국내외 2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1,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적 교류의 장을 열었지만, 행사 기간 내내 이어진 폭염과 실내 냉방 부족, 마지막 날 반복된 정전 사태는 관람객과 작가 모두에게 불편을 안겼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MONAF2025는 아산을 ‘한국의 바젤’로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기획된 행사로, 아산 출신 작가 36명을 포함해 충남권 작가 89명이 참여하며 지역성과 국제성을 아우르는 전시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예술 감상보다 더위와의 싸움에 집중해야 했다.
실내 전시장임에도 냉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부채를 들고 이동하거나 작품 앞에서 땀을 식히는 모습이 연출됐다. 일부 관람객은 “작품은 훌륭했지만, 전시장 환경은 아쉽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작가들의 고충도 컸다. 한 작가는 “부스당 25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참여했지만, 전시장 내부 온도가 너무 높아 관람객과 제대로 소통하기 어려웠다”며 “작품을 설명하는 동안 땀이 멈추질 않았다. 예술을 나누는 공간이라기보다, 더위를 견뎌야 하는 생존의 현장 같았다”고 토로했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전시장이 수차례 정전되며 갑작스러운 암흑 상태가 연출됐다. 관람객들은 작품 감상은커녕 안전사고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작가들 역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한 작가는 “작품 앞에서 설명을 하던 중 갑자기 불이 꺼져 당황했다”며 “관람객이 많은 시간대에 정전이 반복돼 혹시나 사고가 날까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관의 전시 규모에 대한 실망도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천안의 한 가족은 “국제관이라고 해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10점 남짓한 작품만 전시되어 있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미술 감상을 기대했지만, 찜질방에 온 것 같은 더위에 아이들이 짜증을 내는 바람에 오히려 아까운 시간이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처럼 전시 콘텐츠의 밀도와 환경적 쾌적함이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관람객의 만족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냉방 부족에 이어 전력 관리까지 미흡했던 점은 행사 운영의 기본적인 안전 대책이 부실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작가 가족과 주최 측 간에 행사장 환경 문제를 두고 언쟁이 벌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아산 작가들은 “이런 환경에서 전시를 진행한 것이 아산을 찾은 타지역 시민들께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졌다”며 자책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특히 일부 작가들은 행사장의 불편 사항을 주최 측에 직접 건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아산시 문화재단 공모를 통해 부스비를 지원받아 입점한 입장이기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작가는 “미술계에서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경우 향후 공모 선정이나 전시 기회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어,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와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아산시 문화재단 공모를 통해 9개 팀이 부스비 2250만 원 전액을 지원받아 입점했고, 아산시 문화과 역시 400만 원의 부스비를 지불하고 참여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모나밸리 아트페어는 민간 주최 행사인데, 세금으로 후원하면서도 관람료를 따로 받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시민은 “모나밸리 아트페어가 개인이 주관하는 행사라면, 공공기관이 후원하는 방식에 대해 더 투명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무료 관람이 아닌 유료 운영이라면, 그에 걸맞은 서비스와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나밸리 측은 행사 전부터 배우 최민수, 방송인 이상벽, 코미디언 임하룡 등이 참여한 셀럽 작가 특별전을 기획하고, 맥주 페스티벌과 라이브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해 관람객 유치에 힘썼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콘텐츠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전시장의 기본적인 쾌적함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으로서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다.
특히 여름철 실내 행사에서 냉방과 전력 안정성은 필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점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MONAF2025는 지역 예술 생태계의 활성화와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운영상의 미비점은 그 비전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예술은 감동을 주는 동시에 편안함을 제공해야 한다. 작품의 완성도만큼이나 관람 환경의 질도 중요하다. 내년 MONAF에서는 ‘예술을 위한 공간’이 진정한 의미로 구현되길 기대해본다.